나 홀로 원형극장에 두고 정환이는 바깥으로 나갔다.
혹시 원형 극장 밖에서 사진 찍을 때 거기에 가방을 놓고 온건지도 모른다며.
사실 가방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 곳이 원형극장이었지.
원형극장 밖에서 사진 찍으면서 가방을 놓고 온건지,
아님 원형극장에서 가방이 없어진건지 우리는 몰랐다.
정말 하도 당황한 우리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가방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지.
밖에 나간지 한 20분이 흘렀을까.
멀리서 이정환이 돌아오는데.
가방이 없다며 포기한 듯 풀죽이고 있었다.
순간 우리는 여행을 찢어져서 다녀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환이 갑자기 나보고 내 갈길은 그대로 가라며
자기는 이스탄불에서 여권 재발급 받고
내 계좌로 정환이 어머님으로부터 돈을 송금받아 잠시 3일정도 찢어져 있자고 했다.
그래도 친군데 같이 따라가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근데 갑자기 옆에 있던 기둥 뒤에서 이정환이 가방을 쏙 빼내는 것이다!!
순간 나는 정말 완전 깜짝 놀랐다.
어디서 찾았냐고 하니깐 분실물센터에 가니 누가 가방을 주워 맡겨 놓았다고 한다.
돈, 여권, 휴대폰 모두 무사하게 있었다.
마지막에 돌아와서는 가방 잃은 척 해서 나 골탕 먹이려 쑈한 거였다.ㅋㅋ
아무튼 정말 너무나 다행.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선의를 베푸신 그 분에게도 정말 감사.
정말 여행한지 3일밖에 안 되었는데 안 좋은 일이 이틀 연속 일어나니깐
너무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다행이도 뒤에 일어났던 안좋은 일이 바로 호재로 돌아와서 너무 다행.
그리고 그 후로 여행끝까지 우리의 여행은 정말 순탄했다.
간간히 에피소드가 있기는 했지만. ㅋㅋ
30분 넘게 헤맨 우리는 더위도 잊고 가방 찾은 기쁨으로 남은 유적 관람!
덩그러니 기둥만. 도서관. 얼마 안되는 우리 둘의 사진. 유럽에서는 일행이 우리 둘이 많이 찍어 줬는데 우리 둘밖에 없으니 둘이 찍은 사진은 생각보다 많이 없는 듯. 이건 어느 남미쪽에서 온 듯한 외국인이 찍어줬음. 우리가 그 친구 원샷 찍어준 대가로. ㅋ 이스탄불에서 한국인 부부가 주신 에베소 가이드북을 들고. 더위가 쩔어염. 니케 여신. 루브르에서도 이미 본 적이 있는 니케. 나이키의 모델인 니케. 나이키 신발과 나의 팔로 나이키 마크를 그리며 니케 여신 앞에서 기념촬영. ㅋㅋ 만쉐! 여기는 소규모 극장. 문득 호주에서의 사진이 생각난 나. 그 때 처럼 텔미 공연중. ㅋㅋ 나의 엉성한 팔. 제대로 올리지도 못 했음. 올라간 것도 내려간 것도 아닌 저 각도는 그 날의 더위를 알려주는 듯. ㅋㅋ 폴라로이드 현상 중. 폴라로이드가 잘 나와 나름 만족한 마음을 썩소로 분출. 과즙이 지대로 씹히던 오륀지 쥬스. 음료수를 맛있게 마시려면 두시간 땡볕에 서있으면 된다는 교훈을 터득. 아. 보기만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그 날의 더위와 끝없는 도로. 요기가 7인의 잠자는 동굴. 썰렁~ 터키쉬 레스토랑 입성. 왼쪽이 괴즐레메라는 얇은 빵. 오른쪽은 시시 케밥. 둘 다 맛이 짱임. 콜라까지 다 합해서 12리라(약 10000원)정도? 시시케밥. 꼬치에서 고기를 빼고 야채와 함께 밀가루 빵에 싸서 입에 넣으면 끝. 아 배고파. 다 먹고 쉬면서 셀프 타이머를 이용해서 한방! 빈 접시가 보이는가. ㅋㅋ 악마의 눈. 터키에 가면 이 장식품을 많이 볼 수 있음. 절벽 올라가는 중. 짠! 넓게 펼쳐진 광경. 저게 다 무슨 열매가 매달린 나무들이었는데. 뭐였지? 정ㅋ복ㅋ 셀프타이머 샷. 저 위에가 우리가 올라간 곳. 뒤에 분이 얘기 많이 해주신 분. 부러운 그들의 세계여행. i respect u!





내가 보기엔 친목을 다진 아줌마 계모임이나 동창회 같은데서 단체 관광을 오신 것 같았다.
버스도 대절해서 오시고 한국인 가이드가 인솔하는 걸 보니 패키지 상품이었던 듯.
우리는 옆에 살짝 귀를 쫑긋 세우고 약간 공짜 가이드를 5분 몰래 들었다.
근데 워낙 터키는 한국인들이 많이 없어서 아줌마들도 우리를 싫어하기는 커녕 반가워 하셨다.ㅋㅋ
우리보고 아들뻘이라면서 젊은 청년들이 자유여행 하는게 멋지다고 해주셨음. 호호.



우리는 정말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아 잠시 휴식하기로 결정.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오렌지 쥬스 하나 시키고 목을 축였다.
그리고 다음의 목적지를 생각하다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그냥 시내로 걸어가자는 결론을 도출.
시간은 많고 체력은 그냥저냥이고 할 것은 없고.
돈도 아낄겸 버스 대신 발로 걸어갔다.

7인의 잠자는 동굴은 살아 있는 동물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 항의하던 7명의 그리스도 신도가
에페스 도시로부터 추방되어 몰래 근신하던 곳이라고 함.
근데 추방되면 좀 멀리 가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곳에서 근신을 했다.
참 배짱있는 7명인 듯. ㅋㅋㅋ
근데 정말 요기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동굴 하나 덩그러니 있고, 관광객도 우리 둘이 전부였다. -_-;
물론 무료라 입장이라는 표현도 웃기긴 하지만.
암튼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 한숨 쉬며 실망하는 것과 동급이라 보면 된다. ㅋ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와서 건진 것이 있기에.
동굴 바로 밑 쪽으로 터키식 식당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고 분위기도 컨츄리틱한 곳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는 것!





갑자기 나보고 올라가자는 이정환.
우리는 할 짓이 정말 없었는지 아무 군소리 없이 올라갔다.
아마 이집트 여행 막바지였으면 절대로 안 올라 갔을 것이다.
미친 짓이었다고 소리쳤겠지 ㅋㅋ
여행 초반이기도 했거니와 가방을 찾은 덕에 이 날은 더위도 물러가라 했던 우리의 근성.
올라가보니 우리가 한 짓은 뻘짓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쌩뚱맞게 절벽도 올라가보는 일을 패키지 여행에서는 불가능 한거 아닌가.
그리고 사실 에페스에서 로마니 그리스니 문명의 위대함을 느낀 것보다
우연히 찾은 레스토랑에서 먹은 밥이 맛있었던 것,
눈에 보이는 가파른 절벽에 올라 멋진 광경을 본 것에서 더 행복감을 느끼는 걸 보면
확실히 여행은 나만의 루트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이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은 철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에피소드로 부터 얻는 행복에서
내가 살아있는 여행을 하고 왔다는 점을 철저하게 느꼈다.
정말 말 그대로 라이블리 트립!
암튼 절벽 위에서 보니 시내까지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
우리는 지름길을 타고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두 명의 외국인.
우리 말고 힘들게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이 또 있다니. ㅋ
간단히 인사를 하고.
(인사를 하지 않으면 웃길 상황이었다. 그 넓은데 딱 마주친 사람들인데. ㅋㅋ)
그 분들은 호주에서 온 할아버지 두분이었다.
대략 60이 족히 넘어 보이는데 두 분다 나보다 키도 크고 건장하고 건강해보이셨다.
호주 어디서 오냐고 물어봤더니 뉴캐슬에서 왔단다.
대부분 뉴캐슬이라 하면 영국을 떠올릴텐데 나는 호주에 갔다왔으니 어디였는지 알았지. 후후.
그 때가 바이런베이에서 시드니로 들어가는 야간버스에서 새벽 즈음이었지.
시드니 도착 2시간 정도 전에 은근히 번화한 곳이라 시드니에 거의 다 온건가 생각했는데.
그곳이 바로 시드니 북부에 위치한 공업도시 뉴캐슬이었지. ㅋㅋ
암튼 대충 말도 트고 여행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그 분들중 한 분이 사교성이 좋으셔 그 분과 거의 대화를 나눴는데.
터키만 벌써 세번째 여행이라고 하심.
어렸을 때부터 세계여행이 꿈이었다며 일생동안 그 꿈을 현실화 하시는 중인 것이다.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닌가.
60이면 사실 이제 편하게 호화여행할 나이인데,
저렇게 가방 메고 걸어다니시는 진짜 배낭여행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랑 정환이도 나중에 꼭 저렇게 되자며 우리의 롤모델로 삼았다. ㅋㅋ
얘기를 너무 재밌게 나눠서 시간이 빨리 흘렀는지 어느덧 벌써 시내.
우리는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고.
두 분은 쉬린제 마을로 가신다 해서 헤어졌다.
사실 우리도 박물관 들렀다가 쉬린제 마을 갈 것이라
쉬린제 마을에 가서또 우연히 만나면 또 다시 보자고 하며. ㅋ
근데 그것이 사실 마지막 인사였다.
쉬린제 마을 작아서 또 뵐 줄 알았는데. ㅠ

나중에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지위에 위치하게 되든.
아마 나도 내 마음속에 지도를 품고 언제나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태세를 갖춘.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막연한 꿈을 갖고 있던 나였는데.
이 날은 정확한 나의 롤모델을 만난 것이 너무도 큰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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